카테고리 없음 2021. 12. 11. 15:45

완유(阮攸, 1766~1820 베트남어: Nguyễn Du, 호는 청헌淸軒, 홍산렵호鴻山獵戶, 남해조도南海釣徒)는 베트남의 시인으로, 레 왕조 부흥 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응우옌 왕조에 출사하였다. 완유는 중국에 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사행 길에 청심재인(靑心才人)이 지은 소설 김운교전(金雲翹傳)을 가져와 운문체로 번역하여 《취교전(翠翹傳)》을 짓기도 했다. 완유의 한시는 《북행잡록(北行雜錄)》에 132수가 전해지는데, 이 때의 시는 베트남에 출사한 뒤로부터 중국 베이징에 사신으로 갈 때의 작품을 모아 둔 것이다. 그의 시는 중국과 베트남의 사회현상, 백성들의 처지, 문화, 역사와 자연풍경을 묘사하고 있으며, 완유는 시를 통해 완유 자신의 정신세계를 깊이 성찰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청헌시집(淸軒詩集)》에 한시 78수와 《남중잡음(南中雜吟)》에 한시 40수가 전해진다. 완유는 1813년 사행 길에서 〈反招魂〉을 썼다. 완유는 이 시에서 굴원에게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하고 있다. 굴원이 죄 없이 버림을 받고 멱라강에 몸을 던져 죽자, 송옥(宋玉)은 〈초혼(招魂)〉을 지어 굴원의 혼을 다시 불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완유는 송옥의 〈초혼(招魂)〉에 반대하면서, 제목을 〈반초혼(反招魂)〉이라고 하고, 굴원에게 이 세상이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우니 다시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反招魂

魂兮魂兮魂不歸,東西南北無所依。

上天下地皆不可,鄢郢城中來何爲。

城郭猶是人民非,塵埃滾滾汙人衣。

出者驅車入踞坐,坐談立議皆皋夔。

不露爪牙與角毒,咬嚼人肉甘如飴。

君不見湖南數百州,只有瘦瘠無充肥。

魂兮魂兮率此道,三皇之後非其時。

早斂精神返太極,愼勿再返令人嗤。

後世人人皆上官,大地處處皆汨羅。

魚龍不食豺虎食,魂兮魂兮奈魂何。

 

초혼(招魂)에 반대하다

혼이여! 혼이여! 혼은 돌아오지 마소서, 동서남북에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위로 하늘과 아래로 땅이 모두 옳지 않은데, 언영(鄢郢)의 성 안으로 왜 오려 하십니까?

성곽은 이와 같은데 사람은 아니라, 먼지가 끊임없이 사람들 옷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나간 사람은 수레 몰다가 들어와 걸터앉고, 앉아서 이야기하고 서서 의론하는데 모두 고요(皋陶)와 기(夔)입니다.

손톱과 어금니와 독한 뿔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 고기를 씹는데 엿 같이 달게 여깁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습니까? 호남(湖南)의 수백 고을에, 단지 수척한 이만 있고 살찐 이가 없다는 것을!

혼이여! 혼이여! 이 길로 온다 해도, 삼황(三皇) 뒤로는 그 때가 아니리이다.

어서 정신을 거두어 태극으로 돌아가서, 삼가 다시 와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 되지 마십시오.

후세엔 사람마다 모두 상관대부(上官大夫)요, 대지엔 곳곳마다 모두 멱라수(汨羅水)입니다.

물고기나 용이 먹지 않는다면 승냥이나 호랑이가 먹으리니, 혼이여! 혼이여! 혼을 어이하리오.

 

鄢郢 : 춘추시대 초(楚)나라 문왕(文王)이 영(郢)에 도읍을 정했는데, 혜왕(惠王)은 언(鄢)으로 천도하였지만 그대로 영(郢)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언영(鄢郢)이라고 하면 초나라의 도성을 가리킨다.

滾滾 : 滾滾은 물 따위가 세차게 굽이쳐 흐르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전용되어 어떤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모양을 가리킨다.

皋夔 : 皋는 순임금의 법관인 고요(皋陶)를 가리키고, 夔는 요임금의 악관이다. 皋夔는 훌륭하고 현명한 신하를 가리킨다.

太極 : 여기서 태극은 만물의 근원을 의미한다.

上官 : 上官은 상관대부(上官大夫)로, 굴원(屈原)을 참소한 상관대부 근상(靳尙)을 가리킨다.

汨羅 : 汨羅는 굴원이 투신한 멱라수(汨羅水)를 가리킨다.

 

posted by 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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