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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1.05 :: 이규보-주뢰설(舟賂說)
한문학/한문학 2020. 1. 5. 13:41

李子南渡一江、有與方舟而濟者、兩舟之大小同、榜人之多少均、人馬之衆寡幾相類、而俄見其舟離去如飛、已泊彼岸、予舟猶邅廻不進。問其所以、則舟中人曰:″彼有酒以飮榜人、榜人極力蕩槳故爾。″ 予不能無愧色、因歎息曰:″嗟乎!此區區一葦所如之間、猶以賂之之有無、其進也有疾徐先後、況宦海競渡中?顧吾手無金、宜乎至今未霑一命也。″ 書以爲異日觀。

이자(이규보)가 남쪽으로 한 강을 건너는데, 다른 쪽에도 배를 타고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두 배의 크기가 같고, 사공의 수도 같았으며, 사람과 말의 수도 서로 비슷하였다. 내가 보니 그 배는 나는 것 같이 떠나가서 이미 하안에 정박하였는데, 내 배는 아직도 제자리에서 빙빙 돌 뿐 나아가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배에 있는 사람이 말하길, “저 배에는 술이 있어서 사공이 마셨으니(저 배는 술을 사공에게 주어 마시게 했으니), 사공이 힘을 다하여 노를 저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으며 따라서 크게 탄식하며 말하기를, “아아, 이 조그마한 한 척 나룻배가 나아가는 중에도, 오히려 뇌물이 오고 가는 것에 따라 그 나아감에 질서(疾徐)와 선후(先後)가 있으니 하물며 벼슬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경쟁에 있어서랴? 나를 돌아보매 손에 돈이 없으니, 지금까지 작은 벼슬 하나도 없지 못한 것이 당연하구나.”라고 하였다. 글로 써서 다른 날에 보려고 한다.

이 글은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피력한 '경설'보다는 앞서 쓰인 것 같다. 저자 이규보가 자신이 벼슬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규보는 이 글에서 벼슬을 하는 것을 배로 바다를 건너는 것에 비유하면서 자신이 벼슬이 없는 이유를 깨닫는다. 두 배의 속성이 모두 같은데 한 배는 가만히 돌고 있고 한 배는 이미 건너갔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바로 술이었다. 건너간 배는 사공에게 술을 주었던 것이다. 이규보는 이를 보고 자신이 뇌물로 줄 돈이 없어서 벼슬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탄한다. 요즈음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부정청탁, 채용비리 등으로 조건이 똑같은데 한 사람은 붙고 한 사람은 떨어진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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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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