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齊宣王이 問曰 齊桓晉文之事를 可得聞乎잇가
제 선왕이 물었다. "제 환공과 진 문공의 일을 얻어 들을 수 있겠습니까?"
齊宣王은 姓田氏요 名辟彊이니 諸侯僭稱王也라 齊桓公晉文公은 皆霸諸侯者라
제 선왕은 성이 田氏이고 이름은 벽강이니 제후인데도 주제넘게 왕을 칭했다. 제 환공, 진 문공은 모두 제후들 중에 패자였다.
7-2. 孟子對曰 仲尼之徒無道桓文之事者라 是以로 後世無傳焉하니 臣未之聞也로니 無以則王乎인저
맹자가 대답하였다. "중니의 제자들 중에서 환공과 문공의 일을 말한 사람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후세에 전하는 것이 없으니 저도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멈추지 않고 왕도정치를 말하겠습니다."
道는 言也라
'道'는 말하는 것이다.
董子曰 仲尼之門에 五尺童子 羞稱五伯는 爲其先詐力而後仁義也라하니 亦此意也라
동자가 말했다. "중니의 문도에 오척동자라도 다섯 백(춘추오패)을 칭하기를 부끄러워하였으니 힘과 속임수를 먼저 하고 인과 의를 뒤로 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니 또한 이 뜻이다.
以는 已通用이니 無已는 必欲言之而不止也라 王은 謂王天下之道라
'以'는 '已(멈추다)'와 통용하니 '無已'는 반드시 말하고자 하여 멈추지 않는 것이다. '王'은 천하에 왕 노릇하는 도를 말한다.
7-3. 曰 德何如면 則可以王矣리잇고 曰 保民而王이면 莫之能禦也리이다
"덕이 어떠해야 왕 노릇 할 수 있습니까?"
"백성을 보호하고 왕 노릇 하면 그것을 능히 막을 수 없습니다."
保는 愛護也라
'保'는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다.
7-4. 曰 若寡人者도 可以保民乎哉잇가 曰 可하니이다 曰 何由知吾可也잇고 曰 臣聞之胡齕하니 曰 王坐於堂上이어시늘 有牽牛而過堂下者러니 王見之曰 牛何之오 對曰 將以釁鍾이니이다 王曰 舍之하라 吾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하노라 對曰 然則廢釁鍾與잇가 曰 何可廢也리오 以羊易之라하니 不識케이다 有諸잇가
"과인과 같은 사람도 백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내가 가능한 것을 아십니까?"
"제가 호흘에게 들었습니다. 왕께서 당 위에 앉아 계시다가 소를 끌고 당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으니 왕이 그것을 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소가 어디로 가는가?' 대답하기를, '장차 흔종(釁鍾) 의식에 쓰려고 합니다.'라고 하니, 왕께서 말씀하시기를 '그것을 놓아 주어라. 내가 그것이 마치 죄가 없으면서도 사지에 나아가는 것처럼 두려워 떠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 대답하기를, '그렇다면 흔종 의식을 폐지할까요?'라고 하니, 말씀하시기를 '어찌 폐지할 수 있겠는가. 양으로 바꿔라.'라고 하니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觳 : 두려울 곡 觫 : 두려울 속 釁 : 피 바를 흔
胡齕은 齊臣也라 釁鍾은 新鑄鍾成이면 而殺牲取血하여 以塗其釁郄也라 觳觫은 恐懼貌라
'胡齕'은 제(齊)나라 신하이다. '釁鍾'은 새로이 주조하여 종이 만들어지면 희생을 죽여 피를 취하여 그 틈에 칠하는 것이다. '觳觫'은 두려워하는 모양이다.
郄 : 틈 극(隙)
孟子述所聞胡齕之語而問王하사되 不知果有此事否아하시니라
맹자가 호흘의 말을 들은 것을 서술하여 왕에게 '이런 일이 과연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물은 것이다.
7-5. 曰 有之하니이다 曰 是心足以王矣리이다 百姓皆以王爲愛也어니와 臣固知王之不忍也하노이다
"있었습니다."
"이 마음이 왕 노릇 하기에 충분합니다. 백성들은 모두 왕을 인색하다고 여기지만 저는 진실로 왕께서 차마 하지 못하신 것을 알겠습니다."
王見牛之觳觫而不忍殺은 卽所謂惻隱之心仁之端也니 擴而充之면 則可以保四海矣라 故로 孟子指而言之하사 欲王察識於此而擴充之也시니라 愛는 猶吝也라
왕이 소가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한 것은 곧 이른바 측은지심이 인의 단서라는 것이니 그것을 확대하여 보충하면 사해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맹자가 그것을 가리켜 말해서 왕이 이것을 살펴 알고 그것을 확대하고 보충하게 하고자 한 것이다. '愛'는 '吝(인색하다)'와 같다.
7-6. 王曰 然하다 誠有百姓者로다마는 齊國雖褊小吾何愛一牛리오 卽不忍其觳觫若無罪而就死地라 故로 以羊易之也하니이다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백성들 중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제나라가 비록 좁고 작다 하더라도 내가 어찌 소 한 마리를 아끼겠습니까. 곧 그것이 마치 죄가 없으면서도 사지에 나아가는 것처럼 두려워 떠는 것을 차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양으로 바꾼 것입니다."
褊 : 좁을 편
言 以羊易牛는 其迹似吝하여 實有如百姓所譏者라 然이나 我之心은 不如是也라
양으로 소와 바꾼 것은 그 자취가 아낀 것과 비슷하여 실제로 백성들이 비웃는 바와 같은 것이 있겠지만 내 마음은 이것과 같지 않다고 말한 것이다.
7-7. 曰 王無異於百姓之以王爲愛也하소서 以小易大어니 彼惡知之리잇고 王若隱其無罪而就死地면 則牛羊何擇焉이리잇고 王笑曰 是誠何心哉런고 我非愛其財而易之以羊也언마는 宜乎百姓之謂我愛也로다
"왕께서는 백성들이 왕을 인색하다고 여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바꾸었으니 저들이 어찌 그것을 알겠습니까. 왕께서 만약 그것이 죄가 없으면서도 사지에 나아가는 것을 측은히 여기셨다면 소와 양을 어찌 구별하셨겠습니까?"
왕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진실로 어떤 마음이었는가! 내가 그 재물을 아껴서 그것을 양으로 바꾼 것이 아닌데, 백성들이 내가 인색하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惡 : 어찌 오 隱 : 측은히여길 은
異는 怪也라 隱은 痛也라 擇은 猶分也라 言牛羊이 皆無罪而死어늘 何所分別而以羊易牛乎아
'異'는 괴이함이다. '隱'은 아프게 여김이다. '擇'는 '分(분별하다)'와 같다. 소와 양이 모두 죄가 없으면서도 죽는데 어느 것을 분별하여 양으로 소를 바꿨느냐고 말한 것이다.
孟子故設此難하여 欲王反求而得其本心이러시니 王不能然이라 故로 卒無以自解於百姓之言也라
맹자가 고의로 이 질문을 설정해서 왕이 돌이켜 구해서 그 본심을 얻도록 하고자 하였으나 왕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끝내 스스로 백성들의 말을 풀어낼 수 없었다.
7-8. 曰 無傷也라 是乃仁術也니 見牛未見羊也일새니이다 君子之於禽獸也에 見其生不忍見其死하며 聞其聲不忍食其肉하나니 是以로 君子遠庖廚也니이다
"속상해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바로 인을 행하는 방법입니다. 소는 보았고 양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금수에 대하여 그 태어남을 보면 차마 그 죽음을 보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들으면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하니 이 때문에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 하는 것입니다."
無傷은 言雖有百姓之言이나 不爲害也라 術은 謂法之巧者라
'無傷'은 비록 백성들의 말이 있지만 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術'은 방법의 정교함을 말한 것이다.
蓋殺牛는 旣所不忍이요 釁鍾은 又不可廢니 於此에 無以處之면 則此心雖發이나 而終不得施矣라 然이나 見牛則此心已發而不可遏이요 未見羊則其理未形而無所妨이라 故로 以羊易牛면 則二者得以兩全而無害니 此所以爲仁之術也라
대개 소를 죽이는 것은 이미 차마 하지 못한 것이고, 흔종은 또한 폐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처할 수 없으면 이 마음이 비록 발하였더라도 끝내 베풀어질 수 없다. 그러나 소를 보면 이 마음이 이미 발하여 막을 수 없고, 양을 아직 보지 않았으면 그 이치가 나타나지 않아서 방해할 것이 없다. 그러므로 양으로 소를 바꾸면 두 가지가 모두 온전하여지고 해가 없을 수 있으니 이것이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遏 : 막을 알
聲은 謂將死而哀鳴也라 蓋人之於禽獸에 同生而異類라 故로 用之以禮하고 而不忍之心이 施於見聞之所及이니 其所以必遠庖廚者는 亦以預養是心而廣爲仁之術也니라
'聲'은 장차 죽을 때 내는 슬픈 울음소리를 말한다. 대개 사람은 금수에 대하여 똑같이 살지만 다른 종류이다. 그러므로 예로써 쓰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보고 들음이 미치는 곳에 베풀어지니 그 반드시 푸줏간을 멀리 하는 까닭은 또한 미리 이 마음을 길러서 인을 행하는 방법을 넓히려고 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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