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2)-1. 滕文公問曰:「滕,小國也。竭力以事大國,則不得免焉。如之何則可?」孟子對曰:「昔者大王居邠,狄人侵之。事之以皮幣,不得免焉;事之以犬馬,不得免焉;事之以珠玉,不得免焉。乃屬其耆老而告之曰:『狄人之所欲者,吾土地也。吾聞之也:君子不以其所以養人者害人。二三子何患乎無君?我將去之。』去邠,踰梁山,邑于岐山之下居焉。邠人曰:『仁人也,不可失也。』從之者如歸市。
등 문공이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힘을 다해서 큰 나라를 섬겨도 화를 면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옛날에 태왕이 빈 땅에 거주하실 때에 적인이 침입하였습니다. 모피와 비단으로 그들을 섬겨도 화를 면하지 못하였고, 개와 말로 그들을 섬겨도 화를 면하지 못했으며, 구슬과 옥으로 그들을 섬겨도 화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그 장로들을 모으고 말씀하기를, ‘적인이 원하는 것은 우리들의 토지이다. 내가 들으니 군자는 그 사람을 기르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하니 그대들은 어찌 임금이 없음을 근심하겠는가. 내가 장차 이곳을 떠나겠다.’라고 하시고 빈 땅을 떠나 양산을 넘어 기산의 아래에 도읍하고서 거주하셨는데, 빈 땅 사람이 말하기를, ‘인한 사람이다. 잃어버릴 수 없다.’라고 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마치 시장에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皮,謂虎、豹、麋、鹿之皮也。幣,帛也。屬,會集也。土地本生物以養人,今爭地而殺人,是以其所以養人者害人也。邑,作邑也。歸市,人衆而爭先也。
皮는 호랑이와 표범, 사슴의 가죽을 말한다. 幣는 비단이다. 屬은 모으는 것이다. 토지는 본래 물건을 생산하여 사람을 기르는 것인데, 지금 땅을 다투아 사람을 죽인다면 이것은 사람을 기르는 것을 가지고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邑은 도읍을 만드는 것이다. 歸市는 사람이 많아서 앞을 다투는 것이다.
15(22)-2. 或曰:『世守也,非身之所能爲也。效死勿去。』
혹자는 말하기를, ‘대대로 지키는 것이어서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목숨을 바치고 떠나지 말라.’라고 합니다.
又言或謂土地乃先人所受而世守之者,非己所能專。但當致死守之,不可舍去。此國君死社稷之常法。傳所謂國滅君死之,正也,正謂此也。
또 “혹자는 ‘토지는 곧 선인이 받아 대대로 지키는 것이어서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다만 마땅히 목숨을 바쳐 지킬 것이며, 버리고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국군이 사직을 위해 죽는 떳떳한 법이니 옛 책에 이른바 ‘나라가 멸망하면 군주가 죽는 것이 올바르다.’라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15(22)-3. 君請擇於斯二者。」
군주께서는 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십시오.”
能如大王則避之,不能則謹守常法。蓋遷國以圖存者,權也;守正而俟死者,義也。審己量力,擇而處之可也。
능히 태왕과 같이 할 수 있으면 피하고, 할 수 없다면 떳떳한 법을 삼가 지켜야 한다. 대개 나라를 옮겨 생존을 도모하는 것은 권도이고, 올바름을 지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은 의이다. 자기를 살피고 힘을 헤아려서 선택하여 처하는 것이 옳다.
權道 : 그때그때의 형편을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도. 임기응변.
楊氏曰:「孟子之於文公,始告之以效死而已,禮之正也。至其甚恐,則以大王之事告之,非得已也。然無大王之德而去,則民或不從而遂至於亡,則又不若效死之爲愈。故又請擇於斯二者。」
양씨가 말했다. “맹자가 문공에게 처음에는 목숨을 바칠 뿐임을 말했으니 예의 올바름이다. 그 심히 두려워함에 이르러서는 태왕의 일로 말했으니 부득이해서였다. 그러나 태왕의 덕이 없으면서 따라간다면 백성이 혹시 따르지 않아서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면 또한 목숨을 바침이 나은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또 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하라고 청한 것이다.”
又曰:「孟子所論,自世俗觀之,則可謂無謀矣。然理之可爲者,不過如此。舍此則必爲儀秦之爲矣。凡事求可,功求成。取必於智謀之末而不循天理之正者,非聖賢之道也。」
또 말했다. “맹자가 논한 것을 세속의 관점에서 보면 무모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치로 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음에 불과하다. 이것을 버린다면 반드시 장의와 소진의 행위를 할 것이다. 무릇 일은 가능함을 구하고 공은 이룸을 구한다. 지혜와 모략의 지엽에서 기필함을 취하고 천리의 올바름을 따르지 않음은 성현의 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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