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맹자집주 2020. 2. 27. 13:46

4(11)-1. 齊宣王見孟子於雪宮。王曰:「賢者亦有此樂乎?」孟子對曰:「有。人不得,則非其上矣。

제 선왕이 맹자를 설궁에서 만나뵈었다. 왕이 말했다. "현자에게도 또한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사람들이 얻지 못하면 그 윗사람을 비난합니다."

雪宮,離宮名。
'雪宮'은 이궁(행궁)의 이름이다.

言人君能與民同樂,則人皆有此樂;不然,則下之不得此樂者,必有非其君上之心。明人君當與民同樂,不可使人有不得者,非但當與賢者共之而已也。
'인군이 백성과 같이 즐길 수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이 즐거움이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아래에서 이 즐거움을 얻지 못한 사람들이 반드시 그 군주와 윗사람을 비난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인군이 마땅히 백성과 같이 즐겨야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얻지 못한 것이 있게 해서는 안 되며, 단지 현자와 함께해야 할 뿐만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4(11)-2. 不得而非其上者非也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亦非也

얻지 못한 것으로 그 윗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도 잘못되었고, 백성의 윗사람이 되고서도 백성과 같이 즐기지 않는 사람도 역시 잘못되었습니다.

下不安分,上不恤民,皆非理也。
아랫사람이 분수에 만족하지 않고, 윗사람도 백성들을 구휼하지 않는다면 모두 도리가 아닌 것이다.

4(11)-3. 樂民之樂者,民亦樂其樂;憂民之憂者,民亦憂其憂。樂以天下,憂以天下,然而不王者,未之有也。

백성의 즐거움으로 즐기는 사람은 백성 또한 그 즐거움으로 즐거워할 것이고, 백성의 근심거리로 근심하는 사람은 백성 또한 그 근심으로 근심합니다. 천하로써 즐거워하고, 천하로써 근심하고서 왕 노릇 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지 않습니다.

樂民之樂而民樂其樂,則樂以天下矣;憂民之憂而民憂其憂,則憂以天下矣。
백성의 즐거움으로 즐거워하여 백성이 그 즐거움으로 즐거워하면 천하로써 즐거워하는 것이며, 백성의 근심거리로 근심하여 백성이 그 근심으로 근심한다면 천하로써 근심하는 것이다.

4(11)-4. 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吾欲觀於轉附、朝儛,遵海而南,放于琅邪。吾何修而可以比於先王觀也?』

옛날에 제 경공이 안자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전부산, 조무산을 관람하고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가서 낭야 땅에 이르고자 한다. 내가 어떻게 닦아야 선왕의 관광에 비할 수 있겠는가?'

儛 : 춤출 무 遵 : 따를 준 琅 : 옥이름 랑 邪 : 땅이름 야(琊)

晏子,齊臣,名嬰。轉附、朝儛,皆山名也。遵,循也。放,至也。琅邪,齊東南境上邑名。觀,遊也。
안자는 제나라의 신하이니 이름은 嬰(영)이다. '轉附', '朝儛'는 모두 산 이름이다. '遵'은 따름이다. '放'는 이름이다. '琅邪'는 제나라 동남쪽 경계 가의 읍 이름이다. '觀'은 유람함이다.

4(11)-5. 晏子對曰:『善哉問也天子適諸侯曰巡狩巡狩者巡所守也諸侯朝於天子曰述職述職者述所職也無非事者春省耕而補不足秋省斂而助不給夏諺曰:「吾王不遊吾何以休吾王不豫吾何以助一遊一豫爲諸侯度。」

안자가 대답하여 말했습니다. '큽니다, 그 질문이여! 천자가 제후에게 가는 것을 순수라고 하는데, 순수라는 것은 지키는 곳을 순행한다는 것입니다.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하는 것을 술직이라고 하는데, 술직이라는 것은 맡은 것을 편다는 것입니다. 일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봄에는 농사일을 살펴서 부족함을 보충하고, 가을에는 거둔 것을 살펴서 부족한 부분을 도와줍니다. 하나라 속담에 이르기를, 「우리 왕께서 유람하지 않으시면 우리가 어떻게 쉬겠는가? 왕께서 즐기지 않으시면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받겠는가? 한 번 유람하고 한 번 즐김이 제후들의 법도가 된다.」라 하였습니다.  

述,陳也。省,視也。斂,收穫也。給,亦足也。夏諺,夏時之俗語也。豫,樂也。巡所守,巡行諸侯所守之土也。述所職,陳其所受之職也。皆無有無事而空行者,而又春秋循行郊野,察民之所不足而補助之。故夏諺以爲王者一遊一豫,皆有恩惠以及民,而諸侯皆取法焉,不敢無事慢遊以病其民也。
'述'은 폄이다. '省'은 봄이다. '斂'은 수확이다. '給' 또한 충분함이다. '夏諺'은 하나라 때의 속담이다. '豫'은 즐김이다. '巡所守'는 제후가 지키는 곳의 토지를 순행하는 것이고, '述所職'은 그 받은 직분을 펴는 것이다. 모두 일 아닌 것이 있어 헛되이 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봄가을에는 교외와 들로 순행하여 백성의 부족한 것을 살펴서 보조해 준다. 그러므로 하나라 속담에 이르기를 왕 된 사람이 한 번 유람하고 한 번 즐김에 모두 은혜가 있어 백성들에게 미치니, 제후들이 모두 법으로 취하여 감히 일도 없는데 태만히 유람하여 그 백성을 괴롭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4(11)-6. 今也不然:師行而糧食,飢者弗食,勞者弗息。睊睊胥讒,民乃作慝。方命虐民,飲食若流。流連荒亡,爲諸侯憂。

지금은 그렇지 않아 군사가 행군함에 양식을 먹어 굶주린 사람들이 먹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쉬지 못합니다. 눈을 흘겨보면서 서로 비방하여 백성들이 이에 원망하고 있습니다. 왕명을 거스르고 백성들을 학대하니, 마시고 먹음이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유, 연, 황, 망을 하여 제후들의 근심이 되고 있습니다.

睊 : 흘겨볼 견

今,謂晏子時也。師,衆也。二千五百人爲師。春秋傳曰:「君行師從。」糧,謂糗糒之屬。睊睊,側目貌。胥,相也。讒,謗也。慝,怨惡也,言民不勝其勞而起謗怨也。方,逆也。命,王命也。若流,如水之流,無窮極也。流連荒亡,解見下文。諸侯,謂附庸之國,縣邑之長。
'今'은 안자의 때를 말한다. '師'는 무리이다. 2500명이 군사를 이룬다. 「좌씨전」에 이르기를, '군주가 나가면 군사가 따른다.'고 하였다. '糧'은 말린 식량의 등속이다. '睊睊'은 곁눈질하는 모양이다. '胥'는 서로이다. '讒'는 비방함이다. '慝'은 원망하고 싫어함이니, 백성들이 그 수고로움을 감당하지 못하여 비방하고 원망하기 시작함을 말한다. '方'은 거스름이다. '命'은 왕명이다. '若流'는 물이 흘러감과 같아서 끝이 없음이 지극한 것이다. 유, 연, 황, 망은 해석이 아래 문장에 보인다. '諸侯'는 부용국과 현읍의 장을 말한다.
糗 : 미숫가루 구 糒 : 마른식량 비

※제후국인 제나라에서 제후국을 말했으니 부용국과 현읍의 장을 가리킨다.

4(11)-7. 從流下而忘反謂之流從流上而忘反謂之連從獸無厭謂之荒樂酒無厭謂之亡

흐름을 따라 내려가서 돌아옴을 잊는 것을 가리켜 유라고 하고, 흐름을 따라 올라가서 돌아옴을 잊는 것을 가리켜 연이라 하고, 짐승을 따라가 만족함이 없는 것을 가리켜 황이라 하고, 술을 즐겨 만족함이 없는 것을 가리켜 망이라 합니다.

此釋上文之義也。從流下,謂放舟隨水而下。從流上,謂挽舟逆水而上。從獸,田獵也。荒,廢也。樂酒,以飲酒爲樂也。亡,猶失也,言廢時失事也。
이 해석은 윗 문장의 뜻이다. '從流下'는 배를 놓아 물을 따라 아래로 가는 것이다. '從流上'는 배를 당겨 물을 거슬러 위로 가는 것이다. '從獸'는 전렵이다. '荒'은 폐함이다. '樂酒'는 술 마시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음이다. '亡'은 '失(잃어버림)'과 같으니, 때를 폐하고 일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4(11)-8. 先王無流連之樂荒亡之行惟君所行也。』

선왕께서는 유, 연하는 즐거움과 황, 망하는 행동이 없었습니다. 오직 임금께서 행하는 바입니다."

言先王之法,今時之弊,二者惟在君所行耳。
선왕의 법과 지금의 폐단 두 가지가 오직 임금의 행하는 바에 달려 있을 뿐임을 말한 것이다.

4(11)-9. 景公說,大戒於國,出舍於郊。於是始興發補不足。召大師曰:『爲我作君臣相說之樂!』蓋徵招角招是也。其詩曰:『畜君何尤?』畜君者,好君也。」

경공이 기뻐하여, 나라에 크게 명령하여, 교외에 나가 이에 비로소 창고를 열고 부족함을 보충하였습니다. 태사를 불러 말하기를, '나를 위해 군신이 서로 기뻐하는 음악을 만들라!'라고 하였으니, 치소와 각소가 이것입니다. 그 시에 이르기를, '군주를 저지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라고 하니, 군주를 저지하는 사람은 군주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徵 : 음률이름 치 招 : 풍류이름 소(韶) 畜 : 그칠 축

戒,告命也。出舍,自責以省民也。興發,發倉廩也。大師,樂官也。君臣,己與晏子也。樂有五聲,三曰角爲民,四曰徵爲事。招,舜樂也。其詩,徵招角招之詩也。尤,過也。
'戒'는 고하여 명령함이다. '出舍'는 자책하여 백성을 살핌이다. '興發'은 창름을 엶이다. '大師'는 악관이다. '君臣'은 자기와 안자이다. 음악에는 다섯 가지 소리가 있으니, 세 번째를 '角'이라 하니 백성이 되고, 네 번째를 '徵'라고 하여 일이 된다. '招'는 순의 음악이다. '其詩'는 치소와 각소의 시이다. '尤'는 허물이다.

言晏子能畜止其君之欲,宜爲君之所尤,然其心則何過哉?
'안자가 능히 그 군주의 욕심을 저지할 수 있었으니 마땅히 군주가 허물하는 바가 될 것이나 그 마음에 어찌 허물이 있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孟子釋之,以爲臣能畜止其君之欲,乃是愛其君者也。
맹자가 이것을 해석하여 신하가 능히 그 군주의 욕심을 제지할 수 있으면 바로 그 군주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尹氏曰:「君之與民,貴賤雖不同,然其心未始有異也。孟子之言,可謂深切矣。齊王不能推而用之,惜哉!」
윤씨가 말했다. "군주가 백성과 귀천은 비록 같지 않지만 그 마음은 일찍이 다름이 있지 않다. 맹자의 말은 깊고 간절하다고 할 만하다. 제나라 왕이 미루어 쓸 수 없었으니 애석하도다!"
posted by 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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