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논어집주
2020. 7. 3. 11:57
13(53)-1. 王孫賈問曰:「與其媚於奧,寧媚於竈,何謂也?」
왕손가가 물었다. “아랫목 신에 아첨하기보다는 차라리 부엌 신에 아첨하라고 하니, 무엇을 말한 것입니까?”
王孫賈,衛大夫。媚,親順也。室西南隅爲奧。竈者,五祀之一,夏所祭也。凡祭五祀,皆先設主而祭於其所,然後迎尸而祭於奧,略如祭宗廟之儀。如祀竈,則設主於竈陘,祭畢,而更設饌於奧以迎尸也。故時俗之語,因以奧有常尊,而非祭之主;竈雖卑賤,而當時用事。喻自結於君,不如阿附權臣也。
왕손가는 위나라 대부이다. 媚은 가까이하고 따르는 것이다. 집의 서남쪽 모퉁이를 奧라고 한다. 竈는 다섯 제사 중 하나인데, 여름에 제사하는 곳이다. 무릇 다섯 제사를 제사지낼 때에는 모두 먼저 신주를 설치하여 그곳에서 제사하고 그런 뒤에 시동을 맞이하여 奧에서 제사하는데, 대략 종묘에서 제사하는 의례와 같다. 만약 竈에 제사할 때에는, 신주를 부엌 부뚜막에 설치하고, 제사가 끝나면 다시 奧에 음식을 진설하고 시동을 맞이한다. 그러므로 당시 세속의 말에 인하여 ‘奧는 항상 높음이 있으나 제사의 주체가 아니고, 竈는 비록 낮고 천하지만 때를 당하여 일에 쓰인다.’라고 하였다. 스스로 군주에게 결탁하는 것이 권신에게 아부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비유하였다.
賈,衛之權臣,故以此諷孔子。
왕손가는 위나라의 권신이었으므로 이로써 공자를 풍간한 것이다.
13(53)-2. 子曰:「不然,獲罪於天,無所禱也。」
공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습니다.”
天,卽理也;其尊無對,非奧竈之可比也。逆理,則獲罪於天矣,豈媚於奧竈所能禱而免乎?
하늘은 곧 이치이니, 그 높음이 상대가 없어 아랫목 신과 부엌 신이 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치에 거스르면 하늘에 죄를 얻는 것이니, 어찌 아랫목 신과 부엌 신에게 아첨하고, 빌어서 면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言但當順理,非特不當媚竈,亦不可媚於奧也。다만 마땅히 이치를 따라야 하니, 단지 부엌 신에게 아첨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또한 아랫목 신에게도 아첨하지 않아야 함을 말한 것이다.
謝氏曰:「聖人之言,遜而不迫。使王孫賈而知此意,不爲無益;使其不知,亦非所以取禍。」사씨가 말했다. “성인의 말은 겸손하지만 박절하지 않다. 가령 왕손가가 이 뜻을 알았다면 유익이 없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그가 알지 못했더라도 또 화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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